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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05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06.05 09:4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18

<장원>

모란이 왔다  
권규미

그이는 곡비였다 늘 환생을 소원했다
시나브로 발이 젖는 해사한 그믐으로
잔잔히 면벽을 두른 노랑무늬영원, 처럼

찢어버릴 시간과 꿰매야 할 시간들을
아득한 전생부터 알고 있는 바람처럼
한 촉의 심장을 지핀 델포이 무녀였다

척애를 새기듯이 획을 치는 빗자루별
허공이 제 몸 그어 밝혀 든 生이듯이
다복솔 어둠이 외려 생생한 부표였다

2013년 월간 유심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ㆍ경주문인협회 회원

<차상>

탱자향 첫사랑 
김은희

숨었던 수줍음이 볼연지 같던 시절
울타리 사이사이 수놓던 노란 향기
수틀에 흰 박동소리 가시처럼 박혀있네

<차하>

나이테를 깎는 남자
오가을

말라버린 나이테는 둥그러진 사연 하나
뼈만 남은 슬픔이 톱밥으로 날린다
서로가 닮아있어서 꼿꼿이 고집이다

옹이진 자리까지 거칠게 힘을 주며
상처는 덮지 말고 자르라고 큰소리다
손길이 부드러워 진다 화병으로 태어난다

나이 많은 나무들이 그보다 작아질 때
아버지를 닮아있는 단단한 표정처럼
나이를 시작하는 점 중심에 박혀있다

〈이달의 심사평〉

싱그러운 5월과 함께 또 다시 백일장의 시간이 왔다.

이번 달의 장원작은 권규미의 ‘모란이 왔다‘로 선한다. 첫 수 초장부터 강한 흡인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징적인 시어들을 활용하여 작품 전체에 서사를 담아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곡비로 전이된 그이의 생을 ‘노랑무늬영원’ ‘델포이 무녀’ ‘빗자루별’ 로 확장시켜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시적 화자가 처한 자기 생의 의미를 이끌어냈다.

차상은 김은희의 ‘탱자향 첫사랑’으로 선했다. 단시조지만 다양한 이미지 활용이 돋보인다. 추상적 감정을 ‘볼연지’라는 구체어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였고 ‘노란 향기’의 후각적 이미지를 수를 놓는다는 촉각이미지로 차용한 점, 수틀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이용하여 흰 탱자꽃을 ‘흰 박동소리’로 변환하여 첫 사랑의 감정을 ‘가시처럼 박혀있’다고 하면서 아련한 아픔을 노래한 점이 돋보인다.

차하로는 오가을의 ‘나이테를 깎는 남자’다. 세 편이 고르게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시조가 전통적 문학을 표방하지만 얼마든지 새로운 소재, 새로운 시어, 새로운 표현 등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충분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했음을 밝힌다. 배순금, 최찬희, 이남숙 세 분의 작품도 오래 숙고하였다.

손영희(대표집필), 서숙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