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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07월 수상작 등록일 2018.09.02 13:5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714
[장원]
행복빌라 405호 -독거
-김성애
 

그 무얼 훔쳐봐서 가슴에 금이 갔나
남쪽에서 날아온 집요한 저 통증들
또다시 비탈진 그리움  
밥 먹듯 읽고 있다
 
꽃이 되지 못한 꿈 숨어든 골방에서  
뒷걸음친 세월을 하얗게 쓰다듬으며
새들이 남긴 지문으로  
검버섯 닦았지만  
 
주춤주춤 일어나 탈색된 커튼 걷고  
습해진 가구들을 하나씩 매만질 때
헐렁한 골목 사이로  
장맛비가 내린다 


 
[차상]
원의 작도  
-이현정 

찰나의 눈빛이 한 가운데 점을 찍자
 
일순간 동일주파수로 진동하는 공명
 
팽팽한 구심과 원심 좋이 붙잡힌 균형
 
지금은 비록 굽이굽이 돌아갈지라도
 
오래도록 깊숙이 중심 잃지 않은 끝에
 
둥글게 그리던 슬픔 같은 곳에 닿으리
 
[차하]
여름날의 좌판
-황남희
 
그늘진 인도 한쪽 좌판 벌인 할머니
챙 넓은 모자 쓰고  
하나,  
둘....  
졸고 있다
젊은 날 추억을 좇다  
셋, 순간 놀라 깬다
 
 [이달의 심사평] 
 
지나친 폭염에 지친 탓인지, 이 달은 의외로 풍성한 응모편수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작품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시조미학의 근간인 기본운율에 충실하면서도 작품의 내면에 생명을 불어넣는 선명한 이미지 확보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관점에서 독거노인의 고통스러운 삶을 고발영상물처럼 생생하게 조명해낸 김성애의 ‘행복빌라 405호’를 장원으로 올린다. ‘행복빌라’라는 표제와 전혀 상반되는 “그리움”과 “통증”의 불행한 이미저리로 각수를 채움으로써 아이러니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골방” “커튼”이라는 소외와 단절 속에서 “뒷걸음친 세월” “검버섯”의 노쇠한 삶은 “헐렁한 골목 사이”로 소통을 꿈꾸지만 결국 “장맛비가 내리”는 비정한 현실인식으로 귀결되고 만다. 마치 카메라로 찍듯이 각 장면들이 줌업과 롱테이크로 처리되는 시점이동이 능숙하고 인상적이었다.
 
차상으로는 이현정의 ‘원의 작도’를 올린다. 컴퍼스로 원을 작도하는 행위를 통해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같은 곳에서 만나리”라는 공동체적인 삶의 결속과 인간애로 풀어낸 재미있는 발상이 호평을 받았다.
 
차하로는 황남희의 ‘여름날의 좌판’을 선한다. 여름날 좌판을 벌인 할머니들의 모습을 “하나, 둘.... 졸고 있다/셋, 순간 놀라 깬다”라는 재치와 익살 넘치는 생동적인 표현으로 단시조의 전형을 잘 살리고 있으나 너무 소품에 머문 것이 아쉬웠다. 이외에도 김애숙, 최인식의 작품이 논의대상이었으나 다음 기회를 기대한다. 또한 당해 연도 내에 한 번 입선한 분이 같은 해에 반복 응모할 경우는 선외로 함을 밝힌다.
 
심사위원: 박권숙·최영효(대표집필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