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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7년 02월 수상작 등록일 2017.04.10 09:3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102
[장원]
 
동주* 
-박주은
 
박제된 그림자를 허리춤에 감고 엮은
 
빗장 걸린 어둠이 푸드덕,날아 왔다
 
한 여자 늑골 속으로
 
폭설이 쏟아질 때
 
 
결빙의 강 휘몰아온 남자의 북소리에
 
스물여덟 공명음 온몸으로 받아들인
 
맑아진 텃새 한 마리
 
겨울을 걷어낸다
 
*동주: 윤동주
 

[차상]
까치밥 홍시 
- 차용길 
 
첩첩이 눈이 쌓인 길 잃은 외딴집에
 
발 묶인 황소바람 문풍지를 뒤흔들고
 
냉기가 감도는 방안 꺼져가는 화롯불
 
암사슴 한 마리가 오롯이 길을 내고
 
허기진 날갯짓에 파드닥 놀란 대숲
 
가지에 쌓인 흰 눈발 털어내는 감나무
 
앞마당 터줏대감 하 늙은 가지에는
 
제 몸을 얼고 녹인 쪼그라진 홍시 한 알
 
언 발로 아침을 쪼는 붉은 까치 한 마리
 

[차하]
 
배꼽 
- 강영선
 
인주 없이 찍어놓은
어머니의 사랑 줄을
 
사는 게 힘겨울 때
가만히들여다 봐
 
괜찮아, 배시시 웃던
첫 웃음을 떠올려

[이달의 심사평]
 
겨울 추위가 너무나도 혹독했던 것일까? 이번 달에는 질과 양의 양면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흉작이었다. 게다가 형식을 갖추지 못한 작품도 적지 않게 뒤섞여 있어서, 시조의 형식에 대한 대중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케 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들이 대부분이어서 응모자의 물갈이가 크게 이루어진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웠다.


이번 달의 장원으로는 박주은씨의 ‘동주’를 뽑았다. ‘동주’는 윤동주의 시와 삶을 소재로 한 영화 ‘동주’에서 착안하여, 흑백의 캄캄한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뽑아 올리는 건강한 서정을 보여준 작품이다. 응모자들 가운데 시적 역량이 가장 빼어났을 뿐만 아니라, 시조의 형식에 대한 이해와 가락을 부릴 줄 아는 솜씨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다만 응모해온 5편 모두가 작품 내적 필연성과 관계없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졌는데, 이점을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차상으로는 차용길씨의 ‘까치밥 홍시’를 뽑았다. 흔히 다루어온 평범한 소재라서 기시감(旣視感) 같은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극한 상황에 처한 한겨울의 정취를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하고, 따뜻하게 버무려 내는 솜씨를 사기로 했다. 차하로는 강영선씨의 ‘배꼽’을 뽑았다. ‘어머니의 사랑 줄인’ ‘배꼽’을 보며 힘겨운 삶을 다독이는 서정적 자아의 모습을 단아한 형식 속에 담아낸 소품이다.


벌써 남쪽에서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 머지않아 맨발로 뛰어나온 온갖 꽃들이 한 바탕 큰 잔치를 벌이게 될 게다. 다음 달에는 시조의 힘찬 개화를 예감케 하는 빼어난 응모작들이 한바탕 큰 잔치를 벌여주기를 기대하면서, 절차탁마의 내공을 빈다.


심사위원: 박권숙·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