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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7년 03월 수상작 등록일 2017.12.25 23:2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21
꽃물 들다
- 이종현
 

앙다문 겨울 산에
 
햇살이
 
틱틱 탁탁
 
발화점 타고 오른
 
진달래
 
꽃잎 아래
  

이종현

 
할머니
 
맞불 놓는다
 
손톱에 꽃물 들다
◆이종현
1961년 전북 임실 출생. 한림대학교 대학원 중퇴. 강원도 춘천 거주. 사회복지사.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지면 등을 참고해 시조 독학. 
 
<차상>
무박 2일 -다시 강릉에서
- 최광모
 
쓰린 내 과거는 읽지 못할 흑색이다
행간을 씻은 바다 해맑게 달려와도
만 가지  파도소리에
자꾸 멀미가 난다
 
짓무른 상처들이 쏟아내는 울음일까
비는 계속 내리고 그칠 줄을 모르고
안개는 아주 덤덤히
제 몸을 핥고 있다
 
밤과 짧은 동침을 끝마친 몸과 마음
수평선 가물거려 퇴고하지 못했지만
나는 또 푸른 바다를
아침처럼 안는다
 
<차하>
봄, 저녁 산사에서
- 박훈
 
목어는 속을 비워 누각을 깨워 놓고
만등은 손끝마다 가슴을 받쳐 들고
노을은 아랑곳없이 꿈쩍 않는 저 수행
 
먼 하늘 끌어안은 능선은 굽이치고
뎅그렁 바람 따라 경외는 풍경소리
고즈넉 적요를 두른 절 마당이 포근하다
 
<이달의 심사평>
새 생명의 환희처럼 겨울을 이겨낸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3월, 그와 같은 설렘과 기대 속에 만난 응모작품들은 지난달보다는 풍성했지만 질감의 무게에서는 여전히 아쉬웠다. 그러나 시조형식에 대한 올곧은 이해와 신선한 새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이 달의 장원으로는 균형과 절제의 시조미학에 충실한 가락 부림이 돋보인 이종현의 '꽃물 들다'를 올린다. 시조문학의 초심이며 본령인 단시조 작품을 조명해봄으로써 민족정형시의 혼과 율을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강렬한 봄의 생명력을 ‘진달래 꽃잎’의 ‘불꽃’이미지와 ‘손톱’의 ‘꽃물’이미지, 생동감 넘치는 선명한 감각으로 그려내어 작품의 완성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수작이었다. 특히 진달래 맞불을 놓고 손톱에 꽃물 드는 그 주체가 인생의 겨울산인 ‘할머니’이기에 봄날의 건강한 재생적 생명에너지가 더욱 큰 감동의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차상에 오른 최광모의 '무박 2일' 역시 밀도 높은 언어 부림의 능숙한 솜씨와 녹녹치 않은 내밀한 역량을 보여주었다. 비와 안개 속의 강릉바다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는 화자의 고통스러운 내면적 성찰이 ‘쓰린 내 과거’ ‘멀미’ ‘짓무른 상처’를 밤바다의 심상에 투영시켜 수용하다가 “나는 또 푸른 바다를/ 아침처럼 안는다”는 결미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극복해내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개인적 사색의 범주에만 머무른 점이 지적되었다. 


차하로는 박훈의 '봄, 저녁 산사에서'를 선한다. 전반적으로 시조가락을 엮고 풀어내는 기본기는 탄탄하게 갖추고 있으나 ‘저 수행’ 등의 관념어의 사용이 살아 숨 쉬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감을 선명히 제시하지는 못하여 아쉬웠다. 앞으로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박권숙·이종문(대표집필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