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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밸일장 2017년 04월 수상작 등록일 2017.05.27 08:0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082
<장원>  
빨래
-윤애라
  
바닥일까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 곳  
물의 입에 갇혀서 되새김질 당하고  
한 번 더 힘껏 비틀려  
허공에 던져지네  
  
찌든 낮 얼룩진 밤 모서리 해진 날도  
또 한 번 헹궈내며 다시 한 번 더듬는 길  
젖은 몸 바람에 맡긴 채  
흔들대며 가고 있네  
  
바닥에서 허공으로 말라가는 저 먼 길  
젖은 날 칸칸마다 볕이 드는 오후 세 시  
유순한 희망 한 벌이  
햇빛 속을 걷고 있네  
◆윤애라
1963년 부산 출생. 김천 백수시조아카데미에서 시조 공부. 201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등단. 논술 교사.
 
<차상>  
간고등어  
-김순호  
  
판에 박힌 궤적의 물때를 벗고 싶었다  
비릿한 아가미로 헛물켜며 나부댄 시간  
미망의 물결에 쓸려 지느러미 휘어졌다  
  
바람도 잠든 밤바다 수평으로 뉘어 놓고  
물려받은 뼈대 하나 이름을 남기고자  
익숙한 물을 버리고 목숨마저 버리고  
  
속을 다 드러내고 소금꽃을 안은 몸  
짭짤한 생의 갈피 고소하게 피는 저녁  
꽃처럼 잔뼈를 열고 적멸에 드는 고등어  
  
<차하>
문답  
-황혜리  
  
무명실 한 가닥이  
원에게 묻고 있다  
  
어떻게 널 느끼니  
어찌하면 좋으니  
  
천천히  
원이 하는 말  
나를, 그냥, 칭칭 감아  
   
<이 달의 심사평>
4월을 지나면서 예비 시인들의 상념이 꽃잎처럼 화사하게 펼쳐졌다. 건져 올린 ‘세월호’를 제재로 한 작품들도 있었으나 완성도가 부족하였다.
 
윤애라의 ‘빨래’를 장원작으로 올린다. 여기서 ‘빨래’는 삶의 형상을 비유하는 환유적 장치이다. ‘찌든 낮 얼룩진 밤 모서리 해진 날’은 생의 현주소를 환기시키는데, 이러한 일상의 얼룩은 ‘빨래’를 통해 점차 순화되면서 ‘바닥에서 허공으로 말라가는 저 먼 길’과 같이 무게감을 덜고 치유의 순간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빨래’를 통해 상기(想起)된 ‘생’은 물기를 말리면서 가벼워지고 유순해진다.
 
차상으로는 김순호의 ‘간고등어’를 선한다. ‘간고등어’가 가진 형상을 통하여 삶의 비린내와 등뼈의 서사를 곡진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다른 작품과 함께 믿음을 주었다. 다만 ‘속을 다 드러내고 소금꽃을 안은 몸’에 이르는 자기추구가 갑자기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뀌면서 결구가 풀어진 것이 흠이 되었다.
 
차하로 뽑은 황혜리의 ‘문답’은 대상과의 교감의 장면을 ‘문답’의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자칫 단순하고 치기어린 작품으로 읽힐 수 있으나, 작품 ‘리와인드(rewind)’와 함께 대상에서 오는 내밀한 느낌을 받아 적는 화법의 신선함이 돋보였다. 그러나 ‘원’이 갖는 상징에 깊이를 더하지 못한 점이 지적되었다.
 
입상작으로 끝까지 거론된 정두섭의 작품은 가능성을 두고 논의되었으나 다른 투고 작품으로 인해 조우리·조긍·정춘희 등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심사위원 : 박명숙·염창권(대표집필 염창권)

[출처: 중앙일보] [중앙 시조 백일장] 4월 당선작